우정마을 이야기-(2)

우정마을에 가기 전 인터넷에서 찾아본 우정마을의 모습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연해주 대부분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이어서 사진을 보면 지평선 위에 집이 몇채 있어도 휑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처음 도착했을 때도 그런 사진 속에서 받았던 썰렁한 인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우정마을 사람들과 일주일을 보내면서 대화가 잘 통하진 않았지만 어쩌면 우리네 시골보다 더한 情이 남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한 두시간 정도 지난 후에 우수리스크 근처를 지날 때... 저 멀리 보이는 똑같은 빨간 지붕의 '우정마을'이 보이면, 2006년 6월 그곳에서 만났던 따뜻한 사람들 생각을 하며 미소짓겠지.

"지금은 고려말을 잘 모르지만, 다음에 당신들이 온다면 한국말로 대화하고 싶어요."
그들의 눈빛은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해준다.


우정마을 이야기-(1)

올해는 한인이 러시아 연해주로 처음 이주하여 정착촌을 이룬지 140년 되는 해 라고 한다.
러시아에 이주한 한인들을 고려인-까레이스키-라고 하는데 이들의 운명은 순탄치 못했다.
대부분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그나마 일구어놓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등지로 쫒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소비에트 연방이 뿔뿔이 나뉘게 되고 각각의 독립국들이 자신의 종교와 민족주의를 주장하게 되면서 고려인들은 그들 선조가 정착했던 연해주로 다시 돌아 오는 행로를 밟게 된다.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30분쯤 떨어진 곳에 '우정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30가구 정도의 고려인들과 몇가구의 러시아인들이 산다. 여기 고려인들 대부분은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재이주 해왔다. 우정마을 사람들은 동북아 평화 연대의 도움과 그들의 자립의지로 조금씩 삶의 질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잊었으나 최근 많은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다시 배우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어는, 러시아에서도 변방에 살고 있으면서도  또 소외받는 민족으로 살아왔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서 한국과 지정학적으로도 가까워진 연해주땅에서 다시 그들의 정체성을 찾고 경제적으로도 한국과의 관계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들이 한국과의 관계 속에서 많은 것을 얻고, 연해주에서 고려인으로 살아감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길.../ 연.결.되.어.있.다.

도시에서는 이 있지만 길은 이내 건물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이곳 연해주에서 은 언제나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다.

이곳 사람들은 '길'을 통해 연결되어있다.
그러나 '나'와 '그'는 위태로운 전선 한 가닥으로 혹은 내가 숨쉬는 공기 어딘가를 흐르는 미약한 전파로 연결되어있다.


이곳 연해주와 나는 무엇으로 연결되어있을까?
일년도 안되어 이곳에 다시 올 일이 생긴걸 보면
그래도 아주 가느다란 줄로 연결되어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시베리아 황단열차...from 블라디보스톡

2005년 8월 11일 오후 7시 블라디보스톡에서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시베리아 황단열차에 오른다. 이 구간은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음날 아침 7시 하바로프스크 도착...

모스크바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데 중간 중간에 내려서 구경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그냥 무작정 그곳에 가기위해 이 열차를 탄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까...뭐 비행기 요금하고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깐.....그냥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톡을 왕복하려면 비행기를 타는 것이 괜찮겠지..
열차에는 일반 객실은 없고 침대 칸 2인실과 4인실이 있다.
2인실은 견딜만하고 4인실은 좀 좁은 느낌이 든다.

블라디보스톡 역사
기차가 저녁 7시 행진곡과 함께 블라디보스톡역을 출발한다.
그래도 2인실은 제법 깨끗하고 조화지만 꽃도 있고...
블라디보스톡을 벗어나고 있다.


이 열차를 타고 여행할 때 험상 궂게 생긴데다 영어도 통하지 않는 러시아 사람이랑 같은 칸에 타고 여행을 하는 일은 참 피곤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후배 아나운서 이 모군은 하바로프스크에서 우수리스크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일행과 떨어진 칸에서 영어도 안통하고 험악한 문신까지 한 러시아 사람이랑 같이 여행하면서 꽤 힘들었다고 한다.(나는 촬영일정때문에 다른 일행보다 하루 늦게 이동했었다.)
권총까지 가지고 있었던 그 사람은 친구들도 불러와 보드카를 먹더니..식은 땀 흘리며 자는 척 하고 있던 그 후배를 깨워서 ....러시아 말로 실컷 떠들고...여하튼 악몽이었단다.


여하튼 밤을 지나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여행은 한번쯤음 격어도 좋은 경험이리라...새벽녁 어스름에 보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왔다. 적막한 평원을 지나고 몸통이 하얀 자작나무 숲을 지날 땐 잠결임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