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이야기<3>삼일아파트

아파트는 언젠가 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곳 아파트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걸림돌이다.

이 아파트들도 그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황학 지구 재개발 사업” “똘똘 뭉쳐 투쟁하여 주거권을 쟁취하자” “단결” “투쟁, 쟁취”…… 말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

한 때 이곳 아파트에 입주했던 이들은 얼마나 뿌듯한 감정으로 이곳에 입성했을까? 하지만 이 아파트는 이제 ‘투쟁’의 흔적들을 곳곳에 남기고 무너져 가고 있다.
물론 뭔가 조금은 얻어간 사람들도 있고, 쟁취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직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복도 한켠으로 널린 빨래가 아직 사람 냄새를 풍긴다.


침침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복도를 들어선다.
"공" "공" "공" "X" "X" 이제 집이 비었다(空)는 뜻이리라.
한두 집은 열쇠를 걸고 출타중이고, 대부분은 떠나갔다.



주인 없는 방으로 들어선다. 아이들의 낙서, 몇몇 버리고 간 집기들…… 유리창은 깨어져 있다.


이곳에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잃은 슬픈 기억들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