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이야기<6>서울다방

"서울다방" 오후 5시 반(24동 삼일 아파트 맨 끄트머리)

카메라를 메고 이층 계단을 올라 이곳에 들어서는데……주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뛰어나오듯 반갑게 날 맞는다. 아주머니는 오래된 패션이지만 단아하게 옷을 입고 화장을 곱게 하고 있었다.

침침한 다방 안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 널찍한 옛날 다방의 모습, 덩그러니 놓여있는 수족관, 이름 모를 물고기 몇 마리, 나무를 때는 난로, 벽엔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들……


“저쪽에 가면 사진 찍을 것이 있어요.” 하며 나의 손을 잡아끈 곳은 오래된 난로가 있는 곳. 예의상 사진 몇 커트 찍고 있자니 주섬주섬 말을 붙인다. 그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18년 동안 다방을 운영해오고 있단다. 예전에 이 건물에 불이 났던 얘기, 자신의 딸 얘기, 또……그리 재미있진 않았지만 열심히 들어주었다. 아마도 오늘 누구와도 얘기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는 말에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은 찍어도 좋지만 자신의 얼굴만은 찍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예전엔 이곳도 단골손님들로 북적였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손님이 없는 모양이다. 가게가 너무 조용해서 내가 말을 꺼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좀 오겠죠?”

주말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단다. 그래서 주말에는 직접 거리에 나가 커피를 판단다.

누군가 복제 테이프를 팔다가 남은 것을 주고 갔다고 했다. 갈 때 갖고 싶은 테이프를 가지고 가란다. 이것 역시 예의상 몇 개 집어 들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