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병 - 5월 16일

자르코트(3550m)에서 정말 힘들게 2800m의 Kagbeni로 내려왔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었다. 아마 내가 회사에 입사해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기억 두가지를 꼽으라면 그중에 하나가 이번에 격은 고산병일것이다.
그래도 Kagbeni까지는 거의 오르막 없이 내려가는 길이라서 조금 수월한 편이었다.
20분걷고 5분 쉬고...카메라 장비를 든 포터 세명과 함께 나려왔는데..내가 쉬는 동안 바위에 기대고 눈을 붙이면 포터 세명은 서로 얘기하다가도 갑자기 조용해진다. 물론 나에대한 배려라고 생각은 되지만 ...사실은 조금 무서웠다. 내가 이대로 잠이들고 그들이 날 버리고 가버린다면...난 꼼짝없이 얼어죽게 된다.
이러면 안되지 일어나야지...
고산병의 증세에는 '망상증'까지 포함되는 것 같다.

올라갈때는 다섯시간 넘게 걸린 길을 내려갈때는 두 시간쯤 걸려 내려왔다. - 빨리 내려가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카그베니의 롯지에 도착했는데...역시 고소증세로 먼저 하산한 후배 승민씨가 자고 있다. 건너편 침대에 내 침낭을 펴는것조차 힘들었다. 겨우 침낭을 펴고 누우면서 한가지 고민을 한다. 이 방안에는 많은 카메라 장비들이 있어서 문을 잠가야 된다는 생각과 문을 잠근 상태로 승민씨나 나 ..둘중 누군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아무도 우리가 잘못된것을 발견하지 모를것이라는 생각...
아직도 기억나질 않는다. 그날 문을 잠그고 잤는지 아니면 그냥 잤는지....

Kagbeni의 보리밭 과 멀리 보이는 Nilgiri North (7061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