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이야기<3>삼일아파트

아파트는 언젠가 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곳 아파트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걸림돌이다.

이 아파트들도 그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황학 지구 재개발 사업” “똘똘 뭉쳐 투쟁하여 주거권을 쟁취하자” “단결” “투쟁, 쟁취”…… 말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

한 때 이곳 아파트에 입주했던 이들은 얼마나 뿌듯한 감정으로 이곳에 입성했을까? 하지만 이 아파트는 이제 ‘투쟁’의 흔적들을 곳곳에 남기고 무너져 가고 있다.
물론 뭔가 조금은 얻어간 사람들도 있고, 쟁취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직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복도 한켠으로 널린 빨래가 아직 사람 냄새를 풍긴다.


침침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복도를 들어선다.
"공" "공" "공" "X" "X" 이제 집이 비었다(空)는 뜻이리라.
한두 집은 열쇠를 걸고 출타중이고, 대부분은 떠나갔다.



주인 없는 방으로 들어선다. 아이들의 낙서, 몇몇 버리고 간 집기들…… 유리창은 깨어져 있다.


이곳에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잃은 슬픈 기억들을 갖고 있다.

황학동 이야기<2> 돌레코드

어디선가 오래된 가요가 흥얼흥얼 흘러나온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양희은의 늙은 군인의 노래'다


'돌 레코드'
그 이름같이 마치 석기시대의 유물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잔뜩 먼지와 함께 쌓여있는 LP 디스크들...도처에 여러가지 음악들이 섞여있다.
어느 손님이 와서 이곳 물건을 골라 주인 앞에 내밀 때마다 오히려 주인은 “이곳에 이런 물건이 있었군.” 하며 신기해할지도 모른다.

황학동 이야기<1>2003년 2월 어느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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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청계고가...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 숲을 지나면 이내 노란색이었을 -이제는 색이 바랜 - 성냥갑 모양의 일정한 건물들 사이를 지나게 된다. 바로 3.1 아파트, 아파트 동 사이로 얼핏 보이는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다.

'청계 8가' 표지판을 따라 고가 도로에서 내려선다.

서울 특별시 중구 황학동

도로는 온갖 잡상인과 행인들, 그리고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들로 분주하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카메라, 시계, 군용 야전 침낭, 먼지 쌓인 비디오테이프, 이발소 그림(?)들, 닳고 닳은 국적 불명의 골동품들...이미 잊혀진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사람들이 지나는 인도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뒷골목으로 들어선다.
대낮인데도 이곳저곳 엉덩이를 들이민 포장마차에서는 족발을 삶는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술이 거나하게 오른 취객들의 언성이 드높다.


아파트 너머와는 교묘하게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다.

고가도로 위의 빠른 교통의 흐름에 비해 이곳에는 왠지 빠르게 움직여서는 안될 것 같은 기운이 있다. 숨을 죽이고 그 안으로 한 걸음 들여놓는다.

이곳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업을 연상케 하는, 쌓여 있는 중고 TV들 나름대로 그 화면마다에는 이곳과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비춰진다.

어디선가 오래된 가요가 흥얼흥얼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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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NO WAR

과연 누군가에게
또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앗을 권리가 있는걸까

황학동에서 -초롱이와 소현이


친구들도 하나둘 황학동을 떠나고
초등학교 4학년 초롱이와 2학년 소현이....
방과 후,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다.


◎ 신미라 03/11[05:11] 203.240.191.235
앗~ 꽁지머리!! 여전히 머리를 들볶고 있는 반가운 초롱이.. 뻔덕거리는 자개장이라.. 담에 가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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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에서-3

<유영미용실>,<광주식당>, <민속골동품>......
아직도 그곳에는 사람이 산다.

황학동-2 --욕쟁이할머니

힘겨운 황학동 할머니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그리고 할머니의 등짐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황학동에 남아 있는 것들

"주거권을 쟁취해자"라는 붉은 현수막을 내건 오래된 주상 복합 아파트,
쓰러져 가는 집 몇 채....
그 많았던 친구들을 보낸 아픈 이력을 가진 두 어린이...
철거된 집에서 나온 산더미같은 쓰레기...

동그마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