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pha를 떠나며....5월 19일 아침

마르파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이제 몸이 많이 좋아졌다.

언젠가 아들 녀석을 데리고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린이가 초등학교 중반쯤 다니게 될 땐 데리고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Marpha를 벗어날 즈음 티벳 난민촌을 지난다. 1960년대 후반 부터 티벳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티벳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티벳인의 후예들...
티벳 난민촌 학교 벽에 걸린 티벳 지도..티벳이 세상의 중심이고 티벳의 크기는 거의 중국과 맞먹는다.
다시 길을 떠난다.

Marpha - 5월 18일

마르파 - 아침에는 바람이 잦아들고 해가 오르면서 거센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람이 많이 불던 5월 18일 마르파의 언덕에 올랐다.
거센 바람에 언덕위 절벽에 세워진 룽다(깃발)들이 다 헤졌다.

Marpha 5월 17-18일

Marpha는 박범신 선생의 소설 '나마스테' 의 주인공 카밀의 고향이다. Marpha는 티벳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물론 다른 도시들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Marpha에는 더욱 특별한 뭔가가 있는 곳이다.

Marpha에는 17일 오후에 도착하여 18일 하루 더 머물고 19일 아침에 이곳을 뜬다.


Marpha의 Main Street ...Lodge들과 티벳 향이 풍기는 작은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Marpha Gompa에서 본 Marpha 전경..집집마다 지붕에 그들 부의 상징인 장작이 쌓여 있고 룽다가 바람에 펄럭인다.
골목을 가득 메운 메케한 냄새의 발원지...아빠와 아이가 염소의 머리를 굽고 있다.
이 곳에는 전화도 있다. 전화 번호를 적어주면 전화를 걸어준다. 그리고 전화가 연결되면 책상위에 있는 스톱워치로 시간을 잰다. 분당 3달러 정도 된다.
(전화 걸어주는 아가씨는 다음 날 우리 촬영에 캐스팅 되었다.)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티벳 난민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에 박범신 선생님 도 보인다. 가운데 앉은 티벳 여인은 부모와 함께 1969년 티벳에서 이곳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들은 생활력이 아주 강하다. 물건도 잘 팔고.. 생김새도 우리 한국사람들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Marpha Gompa
Marpha Gompa 에서 흘러나오는 경전 읽는 소리는 마을의 먼 곳 까지 들린다. 그 소리를 좇아 수많은 계단과 마니차가 있는 곰파에 올랐다.
Marpha Gompa 이곳에는 아주 귀여운 꼬마 스님들이 산다.
이곳의 아이들은 벌써 어른들의 일을 나눌 줄 안다. 예닐곱살만 되면 빨래를 하고 동생들을 잘 돌본다.

Kagbeni-Jomsom-Marpha 5월 17일

고소증세를 어느정도 회복하고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오르막길을 걸을 땐 머리가 약간 욱신대고 내리막길을 걸을땐 조금 괜찮다.
카그베니에서 좀섬을 거쳐 마르파에 이르는 길은 (물론 약간은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은 있지만) 고도가 2800m, 2710m, 2670m로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황량한 Kali Gandaki 강을 따라 대여섯시간을 걸었다. 이 Kali Gandaki를 따라 이루어진 코스를 Jomsom Trek이라고 한다. 이 좀섬 트렉은 다른 트렉에 비해 물이 풍부한 것 같다. 그리고 3000m 넘는 곳 까지 농사를 짓고 있고...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인상도 편안하고 그래도 여유있게 느껴졌다.
트레킹 첫날은 바람을 등지고 걸어서 못느꼈지만...이날 부터는 맞바람을 이기며 걸어야 했다. 바람에 모래가 섞여서 얼굴을 때린다.

드디어 저멀리 다울라기리 8167m 와 함께 Marhpa가 나타났다.


하루종일 당나귀 똥의 흔적을 좇아 걷는다.
누군가 먼 길을 걸어와 이곳에서 신발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이 신발의 주인은 과연 어떻게 그의 나며지 여정을 이어갔을까...
마니차 하나를 돌리면 경전 한권을 읽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데....
좀섬에서 만난 세 친구
안나푸르나에서 인간은 모래알 같은 존재.. 모래알 다섯 개가 보이시나?

고산병 - 5월 16일

자르코트(3550m)에서 정말 힘들게 2800m의 Kagbeni로 내려왔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었다. 아마 내가 회사에 입사해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기억 두가지를 꼽으라면 그중에 하나가 이번에 격은 고산병일것이다.
그래도 Kagbeni까지는 거의 오르막 없이 내려가는 길이라서 조금 수월한 편이었다.
20분걷고 5분 쉬고...카메라 장비를 든 포터 세명과 함께 나려왔는데..내가 쉬는 동안 바위에 기대고 눈을 붙이면 포터 세명은 서로 얘기하다가도 갑자기 조용해진다. 물론 나에대한 배려라고 생각은 되지만 ...사실은 조금 무서웠다. 내가 이대로 잠이들고 그들이 날 버리고 가버린다면...난 꼼짝없이 얼어죽게 된다.
이러면 안되지 일어나야지...
고산병의 증세에는 '망상증'까지 포함되는 것 같다.

올라갈때는 다섯시간 넘게 걸린 길을 내려갈때는 두 시간쯤 걸려 내려왔다. - 빨리 내려가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카그베니의 롯지에 도착했는데...역시 고소증세로 먼저 하산한 후배 승민씨가 자고 있다. 건너편 침대에 내 침낭을 펴는것조차 힘들었다. 겨우 침낭을 펴고 누우면서 한가지 고민을 한다. 이 방안에는 많은 카메라 장비들이 있어서 문을 잠가야 된다는 생각과 문을 잠근 상태로 승민씨나 나 ..둘중 누군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아무도 우리가 잘못된것을 발견하지 모를것이라는 생각...
아직도 기억나질 않는다. 그날 문을 잠그고 잤는지 아니면 그냥 잤는지....

Kagbeni의 보리밭 과 멀리 보이는 Nilgiri North (7061m)

결국 그곳에 이르지 못했다. 아, 묵티나트!!! -5월 16일

트래킹 첫날 비행기로 2700m 고도의 Jomsom으로 간 후 Kagbeni까지 다섯 시간 정도를 걸었다.
두통이 조금 있었지만 그것이 고소 증세라는 건 잘 몰랐다.
문제는 그 다음날....3800m의 Muktinath에 가는 일정에서 생겼다.
갑자기 고도를 올리니 몸에 문제가 생긴거다.
3400m 정도 까지는 그저 머리가 조금 아프구나 정도였는데 ...
3550m 의 Jharkot를 눈앞에 두고서는 열걸음 걷고 쉬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머리가 정말 아팠다. 눈도 떠지질 않고, 구역질도 나고..
(나보다 조금 먼저 고소증세를 느낀 후배 승민씨..널려진 당나귀 똥에도 아랑곳 않고 잠시 쉬기만 하면 바닥에 벌렁 누워 버린다. 그때만 해도 나에게는 그런 증세가 오질 않아서 솔직히 그렇게 힘들어하는 승민씨가 잘 이해되질 않았다."승민씨 미안해!!!" 몇시간 뒤에는 내가 바로 그런 모습이 될거라는 사실을 난 정말 몰랐어...)

겨우 겨우 자르코트에 도착했다. 보통 걸음으로 30분만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지만 정말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나푸르나 여신은 나에게 거기까지만을 허락했다. - 사실은 조금 더 올라야 된다는 미련도 생기질 않았다. 산(山)이 허락한 곳이 거기까지니까 난 거기까지만 간 거고...

Jharkot에서 한시간 정도 잠자다가 일어났다. 그래도 목적지 Muktinath에 이르지는 못했어도 이곳의 흔적이나마 촬영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30분정도 촬영했다.
그런데 그곳 Jharkot 에는 거의 젋은 사람과 어린이는 거의 보이질 않았다.간간이 눈에 띄는 사람들은 노인들밖에 없었다. 악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언덕에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이 유난히 음침해 보였다.
이곳에서도 젊은 사람을은 도시로 나가야만 살 수 있나보다.

자르코트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 즈음에서 처음으로 '야크'를 보았는데 그것도 마치 꿈속 같이 느껴진다.
털이 북슬한 '야크' 덩치가 위압적으로 느껴졌었다.
야크는 고도 3000m 이하에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기압이 높아지고 산소가 너무 많아지면 몸에 이상이 생긴단다. 우리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모양이다.

묵티나트로 가는 길...
자르코트에서 비몽사몽 찍은 몇 장의 사진 중에서...
자르코트

Kagbeni - 5월 16일 아침

아침에 Lodge의 창 너머로 보았던 보리밭과 닐기리봉의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화장실에서의 풍경조차 이만큼 아름답다. 전날 오후에 그렇게 심하게 불던 바람이 아침이 되자 잔잔해졌다.
결혼식을 하는 잔치집...촬영중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이는 모습을 신기해하고 있다.
카그베니 곰파(절)앞길...
이곳은 작은 마을인데다가 늘 당나귀떼가 지나고 양떼가 지나다녀 항상 길에 그녀석들이 볼일을 보지만 골목은 늘 깨끗하다. 부지런한 사람들때문에...
간판들도 재미있는데...Mc Donald가 아니고 Yac Donald, Seven Eleven, 그리고 어딜가나 German Bakery가 있고 가끔 Hilton Hotel, Holiday Inn도 보인다.


신부 아빠- 그는 홍콩에 돈벌러 나가 있단다.

가족 사진...엄마를 빼 닮은 세 딸....큰 딸이 오늘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는 딸은 눈물까지 흘린다. 왜냐고 물었더니 이제부터 가족 곁을 떠나 다른 집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는게 슬프단다.

카그베니..5월 15일

Trekking 첫날 이었다.
포카라-좀섬까지 비행기로...
그리고 좀섬에서 카그베니까지 걸었다.
포카라는 해발 800m, 좀섬은 2710m, 카그베니는 2800m.
하루동안에 갑자기 고도를 많이 올려서 머리가 조금 무거웠다.
카그베니까지 걷는데는 별로 지장은 없었지만..지나고 보니 그때 머리가 무거웠던 게 고소증세였던 거다.

카그베니에 도착하자마자 바람이 많이 부는데 이것저것 촬영하다보니 몸에 약간 이상이 느껴졌다. 한 두 시간 자고 ..다시 일어나 보리밭으로 촬영나갔다. 닐기리 North 봉우리에 저녁 햋빛이 남아있었다. 미속 촬영으로 남은 햇빛이 사그라드는 모습을 찍고...
거센 바람에 보리 이삭이 환상적으로 흔들리는 모습들을 촬영했다.


예전에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 얘기 잠깐...그분은 제주도가 좋아서 그곳에 내려가 제주도의 풍경을 사진에 '처절하게' 담았던 분인데...몹쓸 병에 걸려 얼마전 타계하신 분이다.- 사실 네팔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주는 신문에 그분의 부고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김영갑씨는 제주도의 갈대를 찍은 파노라마 사진은 정말 '처절하게' 아름답다.

Kagbeni에서의 보리밭 사진을 그렇게 처절한 느낌으로 찍어보고 싶었는데.....그렇게 표현된 것 같지않다.

Pokhara에서 Jomsom으로, 그리고 Kagbeni로 -5월 15일

전날 포카라에 도착하면서 많은 비가 내리고 밤 동안에도 천둥 번개와 우박까지...날씨는 우리들을 가슴 졸이게 했다. 우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6월에 시작되는데, 요즘은 기상이변에 의해 우기가 조금 더 당겨졌다고 한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은 날이 맑은 편이었다.
포카라 공항에서 네팔 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마차푸차레 (FISH TAIL) 봉우리가 어렴풋하게 보였다. 높이는 6997m지만 성스러운 봉우리에 사람이 오르는 건 금지되어있다.
새벽 6시 비행기로 좀섬으로 향한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포카라 좀섬 라인은 안나푸르나 south 봉우리(7273)와 Daulagiri(8167) 을 통과하게 되어있다.
비행기 창을 통해 머리가 하얀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를 볼 수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좀섬까지의 비행시간은 30분정도….
좀섬공항에 도착했다. 뒤에 보이는 설산은 Nilgiri North, 며칠간을 닐기리가 우리의 뒤를 따라다닌다.
좀섬에서 빵으로 준비한 아침 도시락을 먹고 Kali Gandaki 강을 따라 Kagbeni로 향한다.

내가 참 작았다.
강바닥에 있는 자갈 만큼이나...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걷는 동안 눈물이 났다. 그것도 펑펑...
강한 햇볕에 눈이 부셔서였을까, 아니면 설산이 너무도 아름다와서 였을까?
선글래스와 마스크가 내 얼굴을 가려주고 있어서, 그리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걸었기 때문에 궂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필요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
후련했다.
그렇게 우리는 산아래를 배회하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Tibet 불교의 흔적, 룽다가 바람에 펄럭인다. 달리는 말의 갈기같다.
Kagbeni를 한시간 정도 남겨둔곳에 Holiday Inn이 있다. 이곳에서 차한잔..잠시 쉬어간다. 이곳의 여주인.....
Holiday Inn
저 멀리 카그베니가 보인다.

포카라 Pokhara로 버스를 타고--- 5월 14일

카트만두에서 포카라...204km 인데 버스로는 8시간 이나 걸린다.
꼬불 꼬불 산을 넘고 강을 건너...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설산이 병풍을 두른 포카라Pokhara에 도착....

드디어 포카라에 도착 멀리 보이는 곳이 포카라의 호수 '페와탈'이다.
호수가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