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황단열차...from 블라디보스톡

2005년 8월 11일 오후 7시 블라디보스톡에서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시베리아 황단열차에 오른다. 이 구간은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음날 아침 7시 하바로프스크 도착...

모스크바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데 중간 중간에 내려서 구경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그냥 무작정 그곳에 가기위해 이 열차를 탄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까...뭐 비행기 요금하고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깐.....그냥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톡을 왕복하려면 비행기를 타는 것이 괜찮겠지..
열차에는 일반 객실은 없고 침대 칸 2인실과 4인실이 있다.
2인실은 견딜만하고 4인실은 좀 좁은 느낌이 든다.

블라디보스톡 역사
기차가 저녁 7시 행진곡과 함께 블라디보스톡역을 출발한다.
그래도 2인실은 제법 깨끗하고 조화지만 꽃도 있고...
블라디보스톡을 벗어나고 있다.


이 열차를 타고 여행할 때 험상 궂게 생긴데다 영어도 통하지 않는 러시아 사람이랑 같은 칸에 타고 여행을 하는 일은 참 피곤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후배 아나운서 이 모군은 하바로프스크에서 우수리스크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일행과 떨어진 칸에서 영어도 안통하고 험악한 문신까지 한 러시아 사람이랑 같이 여행하면서 꽤 힘들었다고 한다.(나는 촬영일정때문에 다른 일행보다 하루 늦게 이동했었다.)
권총까지 가지고 있었던 그 사람은 친구들도 불러와 보드카를 먹더니..식은 땀 흘리며 자는 척 하고 있던 그 후배를 깨워서 ....러시아 말로 실컷 떠들고...여하튼 악몽이었단다.


여하튼 밤을 지나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여행은 한번쯤음 격어도 좋은 경험이리라...새벽녁 어스름에 보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왔다. 적막한 평원을 지나고 몸통이 하얀 자작나무 숲을 지날 땐 잠결임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광안리까지 시내버스로..

블라디보스톡, 버스는 대부분 부산에서 수입한 중고 버스다. 그중 많은 차들이 원래 버스에 표시되어 있는 버스 번호와 행선지 표시를 지우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서 ..이 버스를 타면 해운대도 가고 송정도 가고 광안리도 갈것만 같다. (작년에 부산에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그런 버스들이 반갑다.)

그런데 대부분의 승용차는 또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다. 그리고 찻길은 우리와 같은 우측 통행이다. 우측 통행길에 우측에 운전석이 있는 승용차들과 좌측에 운전석이 있는 버스들이 다닌다. 처음엔 많이 이상했는데 며칠 다니다 보니 별로 이상하지 않다. 우측 통행 길에 우측 운전석이 많이 불편할 것 같아서, 이곳 사람들에게 물어봤느데 하나도 불편하지 않단다. 역시 습관은 들이기 나름...

블라디보스톡 전경
광안리로 가실래요?
우리를 맨 처음 맞아준 공항 내의 버스도 한국에서 온 중고차다. 버스와 더불어 우리를 맞아준 예쁜 러시아 여 승무원.
8번 버스..원래는 김해에서 부산대 근처를 지나는 버스인 것 같은데...

네팔 사람들에게 '수평'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여기 네팔에는 수평으로 되어있는 무언가를 찾기는 정말 힘들다.

네팔사람 포터에게 디카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자 반듯하게' 라고..몇 번을 얘기하고 손짓으로도 설명했음에도 그 '반듯함'..즉 '수평'의 개념을 이 사람들에게 이해시기기는 꽤 힘들 것 같았다.

어디를 둘러봐도 오르막 내리막 길만 일을 뿐 ...지평선 비슷한 것도 없다. 모든 건 기울어져 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수평'의 개념이 틀린것인지도 모르겠다.

Tadapani -Ghandruk -Syauli Bazar -Birentanti -Nayapul- Pokhara (820) 5월 24일

Tadapani 2590 m
-Ghandruk 1940 m
-Syauli Bazar 1170 m
-Birentanti 1025 m
-Nayapul- 1070 m
(-by bus)
-Pokhara (820 m)

전날 도착했을 때는 비가오고 구름이 많이 껴서 설산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밤에 잠을자다가 문득 깨어서 본 풍경은 정말 Fantastic 그 자체였다.
TADAPANI의 롯지 2층 모퉁이 방이었는데 ..벽 전체가 창문으로 되어있어서 거의 180도의 파노라마가 다 보인다.
보름 근처의 달이 떠있고 하얀 설산들이 희미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침대에서 눈을 살며시 뜨고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감상했다. 물론 일어나서 두 눈 크게 뜨고 볼 수도 있었겠지만...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일어나서 본다면 그런 광경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새벽 4시반쯤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일어 나면서도 다시 눈을 뜨면 그 모습이 사라져 버렸을 것 같아 가슴조렸었던 것 같다. 다행히 그대로 있었다...조금 기다려 일출을 찍고 ...

Tadapani에서 Gandurk 까지는 보통 세시간 거리라고 한다. 하지만 숭민씨와 나 그리고 포터 세명이 같이 내려갔는데....중간 중간 촬영을 하면서 내려갔음에도 한시간 밖에 안걸렸다. 도대체 비결이 뭐였을까...그건 다름아닌 거머리때문이었다. 잠시도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특히 숲 속에서 잠시라도 서있으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거머리.... 할 수 없이 뛸 수 밖에...


Tadapani 에서 간드룩을 향해 내려가다가 중간에 전망 좋은 곳에 찻집 하나가 나온다. 그곳의 표지판에 그려진 산의 모습들...산에서의 마지막날 ....많은 설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찻집 아이의 등교 준비...간드룩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데 아이들 걸음으로 1시간을 가야한다.

안나푸르나 연봉들과 마차푸차레봉이 마을을 둘러 잘 보이는 Ghandruk은 구룽족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Tibetto-Burmese) 이곳에는 구룽족 박물관까지 있다.

Ghandruk 계단을 내려오다가 단체사진 한 컷.
린이랑 거의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만났다...린이가 많이 보고 싶었다.
야외 학교의 수업....건물이 없어 야외에서 수업을 한단다.
드디어 산 밖(?)으로 나왔다. 버스타러가는 길이다. 이제 아이들 노는 모습도 달라진다. 바퀴달린 탈 것들이 등장...산 아래에서는 바퀴 달린 것들은 거의 쓸모가 없었는데...
포터들과 함께 우리 짐을 날라 주었던 당나귀들....다시 4-5일을 걸어 JOMSOM으로 돌아 가야한다. 당나귀들 입장에서는 빈몸으로 가고 싶겠지만 주인은 돌아가는 길에 일을 만나기를 바라겠지......

Gorepani --Poonhill -Gorepani - Banthanti - Tadapani 5월 23일

Gorepani 2750 m
- Poonhill 3210 m
- Gorepani 2750 m
- 3400 m
- Banthanti 2520 m
- Tadapani 2590 m

고레파니에서 새벽 3시경에 일어나...한시간 정도 산을 올라 3210m의 Poon Hill 전망대에 이른다. 이곳은 히말라야에서도 손가락으로 꼽는 아름다운 설산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다.
이미 이곳은 우기에 접어들었지만 그 틈틈이 아름다운 설산을 보여준 안나푸르나의 여신에게 감사했다.


가운데 높이 솟은게 안나푸르나 사우스 7219m 그 오른쪽에 히운출리 6441, 그 오른쪽에 네팔인들이 특별하게 성스럽게 생각하는 마차푸차레 6993....(사실 확신은 없다.)

모처럼 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푼힐의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

닐기리 사우스6839m
그곳에 간다고 해서 아무나 이런 경치를 볼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일행들 모두의 좋은 기운이 모여 그런 경치를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좋은 기운을 모아준 사람들...
소설가 백가흠씨, 류동종 선배, 포터, 박범신 선생님, 역시 소설가 정재숙씨, 후배 김승민, 그리고 카메라를 들어준 겔젠, 그리고 나..
다시 고레파니로 내려와서 아침 먹고 출발.... 출발하자마자 난 코스 3400m 를 통과...물론 높은곳에 오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신발을 타고 스멀 스멀 기어 올라오는 거머리들은 정말 소름끼친다.
사진은 반탄티를 지난 뒤의 코스에서 찍은 것들인데 ..다른 곳들에 비해 고도가 특별하게 높은 것도 아니데 갑자기 추워졌다. 뭐랄까 陰氣라고 해야 하나 그 곳을 지나면서 내내 기분이 우울했었다. (좀섬 트랙 중에서 가장 늦게까지 눈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Tadapani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렸다.
한 사람은 먼저 내려갔다. 편지 한 장 훌적 남기고..

Sikha --Gorepani 5월 22일

Sikha 1935 m
Gorepani 2750 m

밤새 롯지 잎에 묶어놓은 당나귀 종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곡하는 소리에 잠못 이룬 일행들...하지만 난 잘도 잤다. 아침까지 한번도 잠을 안깨고....
징을 둥등 두드리며 곡하는 소리의 정체는 아침이 되어야 밝혀진다.
장례식이 있었던 집이 바로 마을 아래쪽에 있었던 거다. 이곳 장례풍습역시 기간이 길다. 벌써 13일째 상주는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않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햇볕을 쬐고 있는 상주의 모습
조문객의 얼굴에 서도 슬픔이 묻어난다.
조그만 학교를 지니게 되었는데 어렸을 적 초등학교 다니던 때를 연상하게 했다. 운동장에 쪼끄만 아이들이 줄서서 선생님 북소리에 맞추어 체조를 한 후에 손 검사가 이어진다. 손이 지저분하고 손톱에 때 낀 아이들 손등은 가차없이 선생님의 30cm자가 용서치 않는다. 아이들을 촬영하면서 슬그머니 움츠러드는 내 손....벌써 며칠째 손톱에 낀 때를 씻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우기에 접어들어 며칠째 오후2-3시가 지나면 비가 내린다.
시카에서 고레파니에 이르는 길은 처음에는 완경사로 오르다가 마지막에 가파른 계단으로 수백m를 올라야 한다.
그래도 거리가 짧아서 오후 2시경에 롯지에 도착했나보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고레파니 골목을 산책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대책이 없어 어느 문열린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어른 몇 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또 아이들 몇 명은 비오는 골목을 들락 거리며 놀고 있었다.
Gorepani라는 지명은 '말에 먹일 물' 에서 왔다고 하는데 (Gore는 말 pani 는 물) ....갑작스레 내린 장대비에 물구경 많이 했다.
이곳의 집들은 대무분 파란 칠을 한 함석으로 벽이며 지붕를 덮었다. 자연환경과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내리막 길을 만나도 행복하지 않다.

하루동안 보통 10여km정도를 걸었는데, 사실 얼마나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가는 두번째 관심이다. 바로 첫 번째 관심은 얼마나 오르락 내리락 하는가다.
하룻동안 걸어야 할 코스가 정해지연 일단 각 지역의 해발 고도를 확인한다.
그러면 대충 어느정도 힘을 안배해야하는 지를 대충 알 수 있다.

내리막 길을 만나면 당장 힘은 조금 덜 들지만 곧 오르막이 있다는 징조이다.
내리막 길이 길어지면 느껴지는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저 평지를 걷는게 가장 행복하다.

Dana- Tatopani -Ghala - Sikha 5월 21일

Dana 1400m
Tatopani 1190m
Ghala 1700m
Sikha 1935m

Dana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도착했고 이른아침에 나왔으니까...
게다가 방에 전기가 들어오질 않아서 충전 때문에 조금 애먹었었고..(발전기도 고장나고...)
인색한 주인때문에 약간 짜증도 났지만...주인 아들녀석은 우리에게 호감이있는지 이것저것 캐물으며 꽤 귀찮게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모두 귀엽다.

Dana 에서 Tatopani 는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쉼없이 오르막 길과 내리막 길이 반복되는 길이었다. Tatopani에 도착할 때쯤되어서는 거의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Tatopani의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두시간여를 쉬고나니 피로가 많이 풀렸다. - '따또빠니'라는 지명의 의미는 '뜨거운 물' ('Tato'는 '뜨겁다'라는 뜻이고 'pani'는 '물'이라는 의미이다.) -

Tatopani를 지나면서 계속 우리와 함께 동행했던 칼리 간다키 강과 이별했다.
오후에도 쉬엄 쉬엄 Sikha까지 ....Sikha에는 거의 6시경에 도착했다.

Trekking 기간동안 저런 출렁다리를 수십 개 건넜나보다. 대부분 튼튼한듯하지만 가끔은 위태로운 다리도 있었다. 다리 가운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기분이 괜찮다.

정말 세계 어디를 가나 아이들은 예쁘다.
초컬릿, 사탕을 당나귀에 실어보내고, 사탕이 주머니에 몇 개밖에 없었는데..사탕을 더 달라는 이 아이들이 20분이나 나를 따라왔다. 미안하지만 더 가진게 없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아이들의 표정이 정말 애처롭게 보인다. 사탕 몇 개로 행복할 수 있는 아이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야 만족해 할 수 있을까?
머리에 물건을 인 세 모녀..이들은 어깨에 지는 것보다 머리에 끈을 둘러 이는게 편한가보다. 내도 몇번 시도해 봤지만 더 힘들었다.
포커스는 어긋나있지만 환한 표정의 처자들...아마 학교에 다녀오는 것 같은데..
박범신 선생님의 메시지 ... 나름대로 귀여우신 데도 있다.(이렇게 말해도 되나?)
저곳을 오를 때 정말 힘들었다. 저런 작은 메시지도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저 마지막 산 언저리 어딘가에 시카가 있단다.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드디어 Sikha에 도착하고있다. 이 마을은 산등성이들 따라 몇 km를 이어져 있다. Lonely Planet 책에는 이곳이 꽤 트랙중에 꽤 번화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가게도 없고 그저 농가만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당나귀 방울 소리...5월 20일

처음엔 당나귀 방울 소리가 그저 아름답게만 들렸다. 정말 먼곳에서 들려오는 당나귀 방울 소리의 화음은 어느 교향곡의 그것보다도 아름답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아름다운 소리에서 그녀석들이 진 업고의 무게가 함께 느껴졌다.

저 눈속에 뭔가 다른 세계가 들어있는 것 같다. 저놈들은 세상을 나와 다르게 볼 것 같기도 하고...

Kalopani- Lete-Ghasa-Kopchepani-Dana 5월 20일

칼로파니 2530 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전날....점심 때 부터 오후 내내 비를 맞았다.
강도 물이 불어서 건너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옷도 다젖고 신발도 다 젖고...몸까지 젖어 으실으실 추웠다.

다행히 태양열로 데워진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어서...아침이 되어서는 몸이 좀 풀렸다. 날씨도 좋아지고...

칼로파니의 새벽...북으로 Tukuche Peak 6920와 Dhampus Peak 6012가 보이고 북서쪽으로 Dhaulagiri 8167가 그리고 동쪽으로 Nilgiri North 7061, Nilgiri Central 6940, Nilgiri South 6839가 차례로 보인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칼로파니는 거의 모든 방향으로 설산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아침에 Cook을 보조하는 친구가 Milk tea를 가져다 주며 깨운다.
밖은 아직 어둑어둑...
새벽 어스름...다울리기리가 보인다
나마스테!!! 박범신 선생은 이들의 인사법을 세상에서 가장 공손한 인사법이라고 하셨다. 두손을 모으고 '나마스테'..그리고 가볍게 목례까지...
후배 승민씨가 촬영하고 있다.

전날 부터 어김없이 오후 3시경이 되면 몇시간 동안 비가 내린다. 우기에는 늘 이렇단다.